[백야행]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한석규,손예진,고수 / 박신우



책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괜히 그 감동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영화는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어제 만난 사람의 제안은 내가 거절하기 힘든 것이었고 - 관계가 미묘해서 - 그래서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 같은 [청담보살]을 보느니 [백야행]을 보자, 라고 결정.

영화는 책에 비해 아무래도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꽤 잘라냈다. 영화는 책보다 두 남녀를 뒤쫓는 형사의 비중이 컸다. 형사의 아들에 관련된 설정이라던가...뭐 여튼, 한석규 씨의 연기는 아주 볼만하다. 고 이은주 씨와의 작품이었던 [주홍글씨]라던가 최근 백발 형사로 나왔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보다 훨씬 힘은 빠졌지만 설득력은 있고, 좀 더 원숙한 맛이 있었다.

내용에 대해선 길게 얘기할 게 없다. 너무 유미호와 김요한의 묘하게 어그러진 사랑 쪽에 초점이 간 듯 하고, 유미호를 돕는 김요한의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아주 약간,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축약하다보니 그렇게 된 듯 한데, 특히 마지막 장면의 경우는 좀...작위적이랄까. 내가 기억하는 책의 결말과는 조금 다르다. 너무 두 사람의 관계, 혹은 사랑에 집착한 나머지 생긴 문제인 것 같다.

덧붙여, 영화와 드라마(일본드라마), 그리고 책을 읽으며 생각한 여주인공 유키호(유미호)는 전부 이미지가 달랐다. 드라마는 너무 귀여운 얼굴이라 이입이 안되고, 영화는 예쁘긴 한데 그 유키호(유미호)만의 차가움, 고고함, 하지만 어딘가 있어야 할 상처라던가 그런게 잘 안 나타나고 그냥 미스테리한 여자...정도였다. 친구와 이야기 하며 생각한 건데, 이미연 정도면 참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참, 영화에서 손예진은 재수없을 정도로 예뻤고, 고수는 처음으로 멋있다고 느꼈다-_-
아...영화를 보고 제일 크게 느낀게 이거라니.

by 메르하바 | 2009/11/27 00:22 | 리뷰 | 트랙백 | 덧글(0)

취업,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 모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뭐 이런 저런 문제 - 특히 연봉 - 가 있긴 했지만, 일단 최종 면접에 오라는 이야기였다. 뭐...면접이 1번 뿐이니까 1차 면접이 최종이긴 하다. 이 회사는 이제 사업이 시작된지 채 몇 년 되지 않아 그 햇수가 다섯 손가락으로도 충분한 회사다.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나름 유니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의 만족도도 높은 듯 하다. 전화 면접을 먼저 했는데, 전화한 분이 자기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꽤 좋아한다는 느낌이 났다. 하지만 업력이 너무 짧다...

이 회사에서 내게 원하는 바는 솔직히, 충분히 할 수 있다. 특히 내년에 이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과 꽤나 일치하기 때문에 상당히 끌리긴 한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가. 그것이 문제다. 덥썩 들어가서 하다 이게 아니다 싶어 그만 두기도 싫고, 중간에 내가 원하는 다른 회사에 갈 수 있게 되어 그만 두는 것도 싫다. 또 내가 원하는 방향이랑 같은 분야로 사업 확장을 한다고 하지만 그 분야는 워낙 배리에이션이 넓어서...말하자면, 중간에 배신하는 듯한 일이 생길까 두려운거다.

당장 금요일에 면접인데, 걱정이다. 비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면 해야겠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이게 맞나 싶고...걱정이 태산. 취업하는 것도 이렇게 걱정을 해야 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by 메르하바 | 2009/11/25 00:47 | OTL금지 | 트랙백 | 덧글(2)

글 못쓰는 사람

요새 듣고 있는 수업 중에서, 이 직업을 하려면 글을 잘 쓰는 편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글을 쓰는 연습을 매일 하라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절망했다. 나는 글을 점점 못 쓰는 사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는 나도 잘 쓰는 듯 했다. 대학교 다닐 때는 읽는게 인문서적이고 하는 짓이 토론이니 그걸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됐다. 매일 레포트를, 그것도 과 특성상 논쟁 소지가 있거나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야 하는 글을 써야 하니 점점 글재주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진짜, 4학년 1학기 말부터 어디서 공무원 시험 준비한답시고 깔짝대다 얻어걸린 취직까지 하고 근 2년 간, 책도 글도 멀리 하다보니 이젠 머릿속에 맴도는 말도 글로 옮길 수가 없다. 사실 이 글도 오늘 집에 오는 내내 이것 저것 생각하고 하다가 쓰는 건데 생각했던 것을 다 잊어버렸단 말이다. 난 정말...가망이 없다.

머릿 속에선 여러 가지 말들이 맴돈다. 시사주간지를 볼 때, 소설을 읽을 때, 인문 서적을 들여다볼 때 - 이건 들여다볼 때다. 읽을 수가 없다 요샌... - 또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뉴스나 신문을 볼 때 이런 말 저런 말이 뇌내를 떠돈다. 그것을 글로 옮기려는 순간, 사라진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깨끗하게, 사라져버린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현격하게 줄어버린 글쓰기 실력을 가지고, 과연 내가 원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워진다. 최근에는 블로그에라도 매일 무언가 쓰려고 하지만 나의 의지 따위는 게으름이 금방 좀먹어버린다. 설사 내가 생각한 것을 옮겼다 쳐도, 적당한 단어나 혹은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요샌 손가락까지 돌아서 오타가...미쳐버리겠군.)

또 한 편으로는 쑥쓰럽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해서 쓴다 쳤을 때, 과연 이 생각이 옳은 것인가,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쓴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 글로 옮기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어제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재능이 있으면 누군가의 앞에 나서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그것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 노다메가 원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자신의 재능을 '썩히는' 일인가? 물론 만화 내에서는 그녀에게 선생으로써의 소양이 부족한 것으로 묘사하지만, 실제로 어떤 이에게 '재능'이 주어졌다 했을 때, 주위의 기대와 정 반대되는 소박한 꿈을 꾸는 것이 과연 재능의 낭비이고 어리석은 짓인가...등등. 뭐 그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글로 옮기지 못했다. 중언부언하다 끝나는 글을 쓸 것 같아서. 글을 쓰는게 이렇게 부끄럽고 힘든 일이라니!

그래서 결국 이 글도 어버버하다 끝난다. 글 못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려면, 그나마 대학생 때만큼만이라도 되려면 대체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걸까. 나는 어차피 노다메처럼 재능을 받고 태어난 인간이 아닌지라 노력이 최선이리라. 얼마나 써야 하는거야? 대체 얼마나? 아, 오늘도 글 못쓰는 사람인 나를 한탄하면서 또 이렇게 바보같이 글을 또 끝맺는다...짜증나!!

by 메르하바 | 2009/11/24 00:24 | 생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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