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초교'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짜 원고를 받아서, 한 번 슥 본 뒤에 초교를 해 보았다. 이제 겨우 1페이지 했다. 오늘 내내 200페이지 가량을 읽기만 했다. 그리고 처음 연필을 잡고 교정이라는 작업을 해 보았다. 아니 뭐 그깟것, 하는 생각을 했던 내가 너무 오만했고, 부끄러웠다. 대체 어디에 손을 대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아주 명명백백한 오타를 제외하고는, 내가 이것을 고쳐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 글이라면 내 맘대로 손질을 할 수 있지만, 이건 내 글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부심 넘치는 학자의 글이라니.
사실 처음에 2페이지를 했다가 찢어버렸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교정인 것 같았다. 이거, 진도를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열기가 내 등을 태울 듯 했지만, 왠지 식은땀이 나고 오한이 들었다.난 너무 자만했다. 책을 좀 읽었다고, 맞춤범 좀 남보다 조금 더 안다고, 그깟 교정교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이런 작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하려면, 얼마의 내공이 필요한걸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고민이 된다. 잘 해야 할텐데...
일단 내일 목표는 1장을 다 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걱정이 집 천장을 뚫었는지 머리에 돌가루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by 메르하바 | 2010/02/08 22:30 | 근무일지 | 트랙백 | 덧글(0)

100208 설 선물 대전(大戰)

저번 추석엔, 설 선물을 사면서 후회를 했다. 그땐 난 수입 없는 백수였고, 그러나 그 전 해에 이미 상대편의 집으로 명절 선물을 보낸 전력이 있던지라 그냥 넘어가기도 거북스러운 상황이었다. 없는 돈에 탈탈, 3개월 할부로 와인을 사서 들려 보냈다. 그리고 설이 돌아왔다. 올해도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났다. 퇴근 후 들른 백화점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속에서 아둥바둥 와인을 샀다. 작년보다 뭔가 좀 약소해 진 기분이지만, 난 이번 달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노무 업계는 그냥... 아니 이 회사가 문젠가. 여튼 사람들은 명절 선물을 고르느라 아비규환이었고, 대체 난 왜 이런 선물을 매번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그가 우리 집에 보내겠다던 그 물건의 가격을 생각하고 흠칫했다. 그러지 말라고 해야겠다. 내가 보낸 선물이 약소한데 그가 보내는 선물은 너무 과하다. 나랑 비슷하게 맞춰서 하라고 해야지... 이렇게 뭔가 다 마치고 나서 또 후회를 하는 이유는, 어머니가 그 '무엇'을 사려고 할 때 '그가 보낸다고 했으니 사지 마'라고 한 거다. 젠장...차라리 내가 좀 더 비싼 걸 할 걸 그랬나... 명절 너무 머리 아프고 정신 사납다. 눈치로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by 메르하바 | 2010/02/08 22:26 | 일기 | 트랙백 | 덧글(0)

100205~100207 술, 고양이, 게으르기

100205 금

후배와 남자친구와 함께 마장에 출동, 아름다운 소고기님을 주제로 하여 술을 마셨다. 이상하게 난 꼭 작정하고 술을 마시러 가면 술이 안 받는다. 아니, 어쩌면 6시 이전에 나가서 우리를 일찍 퇴근하게 만들어 주었어야 할 사장님이 그날 따라 6시가 넘고 7시가 되어도 사라지질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왜 그러는 거에요 진짜...
우리가 가는 소고기 집은 원체 사람이 많은 편인지라, 정말 구석자리에서 힘들게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소고기님 아니신가...열심히 먹었다. 그러나 구부정한 자세로 먹다보니 배가 아파오고, 그 스트레스와 함께 남자친구의 각종 눈치없는 발언들 - 그러나 그 말들은 지금 기억이 안 난다. 술 들어간 김에 기분이 나빴나보다. - 에 분노한 나는, 술을 일찍 놓을 수밖에 없었다. 오호, 통재라. 게다가 술이 들어가면 집에 좀체 가려 하지 않는 그는, 11시가 넘어 후배가 집으로 가야 하는데도(그 후배의 집은 서울 남단 경기도 어드메다) 더 마셔야 한다며 바득바득 우기는거다. 후배는 다음날이 토요일임에도 출근해야 해서 일찍 가야 된다는데...결국 나의 성화에 집에 가게 되었다. 이 녀석은 또다시 택시에서 잠이 들었고, 나는 '대체 언제 이 녀석이 날 멀쩡한 정신에 집에 데려다 주었던가'하고 생각해보았으나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100206 토

여튼 데이트의 날이라, 느즈막히 남자친구와 만났다. 얼마 전 중성화 수술을 한 암컷 고양이가 집에 돌아와 있어 어디 한 번 보자, 하고 들어올렸는데, 어랏...
째고 꼬맨 부분이 묘하게 살짝 벌어져 있던 거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급히 이걸 좀 보라 했으나 그는 처음에 '별거 아니라'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이 슬슬 되는지 다시 보았을 때, 헉...피가 번진 자국과 함께 벌어진 부분이 왠지 더 커져 보였다. 놀란 우리 둘은 병원에 전화하고 녀석을 데리고 택시를 탔다. 눈새 택시기사가 계속 '나도 키워봤지만 고양이는 냄새가 나네, 해꼬지를 하네'하며 망언드립을 해대서 나는 짜증이 났지만, 동물, 그것도 고양이를 데리고 탔는데 욕 안한 걸 고맙게 생각하기로 했다.
걱정대로, 고양이 녀석은 딱지를 혀로 삭삭 핥아 떼버렸던 것이고, 결국 한 땀을 꼬매고 병원에서 호텔을 하기로 결정, 이로써 이 녀석에게 들어간 병원비만 60만원에 이르게 되었다. 순간, 내가 돈이나 좀 잘 벌었으면 이런 게 부담이 덜 되게 느꼈을텐데, 하는 생각에 조금 침울해졌다.

100207 일

일요일은 게을러진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도 11시에 일어났다. 어쩐지 악몽을 계속 꾼 탓에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꿈도 참 어디서 그딴 걸...일어나서 밥 먹고, 무한도전 보고, 해피투게더 보고, 추노 보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5시 반이다. 일요일은 게을러야 하는데 아버지는 세수도 안했다며 쥐어박고, 어머니는 이 시간에 청소를 한다며 창문을 다 열었다. 급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무슨 바깥공기를 안 쐬었다는 거야? 내가 일주일에 밖에 안 나가는 날이 하루 뿐인데? 아 진짜 짜증이...
그렇다. 나는 게으르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먹고 자고 놀고 뒹구는 게 가장 행복하다. 그럴 수 있는 하루를 집에서 보내니 이건 뭐 마음이 편하질 않다. 일주일 중 5일을 피곤하게 일했으면 하루 정도는 좀 냅두란 말이다. 뭐 이렇게 구박을 하냐구...각자 쉬는 스타일이 다른 법인데 뭔가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에 마인드에 주말에 또 지친다. 내일 회사를 가기 위해 일찍 자려면 바지런히 볼 거 보고 놀아야 되는데...


그리고 일기를 매일 쓰겠다 해놓고 또 밀려서 여튼 몰아서라도 썼다. 그래. 쓰는 게 어디냐. 쓰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고 쓴다. 써.

by 메르하바 | 2010/02/07 17:35 | 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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